2023. 10. 8. (일)
날씨 : 해 쨍쨍, 더움
출발 : Zubiri
도착 : Pamplona
거리 : 20.25
시간 : 0630 → 1400
숙소 : Jesus y Maria Hostel
합계 : 39.8유료(55,720원)
아점 : 7
초콜릿 : 4
저녁 : 9
숙소 : 11
간식 : 4
귀마개 : 4.8
나는 한국에서 등산이나 트래킹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걷는 게 너무 힘들고, 걸음이 느리다. 그래서 오늘은 한번, 순례길을 16번째 오셨다는 홍 선생님은 어떻게 걸으시는지 궁금해서 아침에 같이 출발하기를 청했다. 홍 선생님은 아침 일찍 나가시는 편이시라 6시에 일어나서 함께 출발했다. 6시는 아직 깜깜했고(해가 7시 30분에 뜬다), 오늘은 초반에 숲길을 지나야 한다.
아침길은 상쾌했다. 별이 많이 보였다. 별이 보이는 하늘이 참 생소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새벽 숲속은 깜깜했다. 그런 완벽한 어둠이 앞을 알 수 없는 순례길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홍 선생님이 가져오신 랜턴으로 앞을 밝히며 나갔다. 초보인 나는 랜턴조차 없었다. 혼자였으면 큰 일었을 것이다. 어둠을 헤쳐가는 것은 확실히 쉽지 않았다. 그러다 길도 헤메고, 홍 선생님이 한번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으셨다. 그 후로부터 천천히 오시겠다고 하셔서 내가 먼저 갔고, 결국 나는 팸플로나(Pamplona)까지 혼자 잘 왔다.
길을 조금 헤메긴 했지만, 피레네 산맥을 넘을 때처럼 길을 잃거나 퍼질까봐 걱정되지는 않았다. 약간의 근육통이 있었지만, 걷다보니 스스로 치유가 됐다. 문득 나만의 걷는 방법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다. 무작정 걷다가 찾게 되는 가장 편한 방식이었다. 그동안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순례길 초반에는 길에 대한 두려움, 내 몸에 대한 걱정이 컸다. 그런데 어느새 익숙해졌다고 그런 걱정들이 머릿속에서 점점 사라져 갔고, 비로소 이제까지 해보지 않았던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며 길을 걷는 여유가 생겼다. 진짜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탐플로나까지 콘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가려면 좀더 갈 수 있었다. 그런데 2시의 해가 상당히 강했다.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거기서 멈췄다. 좋은 결정이었다. 실제로 순례길에서 매년 사망사고가 발생하는데, 그중 한 원인이 열사병이라고 한다. 10월초지만 여름 날씨 같아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
대여섯 시가 되어 오신 홍 선생님을 우연히 또 같은 알베르게에서 만났다. 오시면서 간간히 바르에 들려 한 잔 한 잔 하신 것 때문에 이미 많이 취해계셨다. 아침에 미끄러지셨던 것이 살짝 걱정됐는데 그래도 내공으로 여기까지 잘 오신 듯하다. 나는 제대로 된 한 끼를 먹고 싶어 혼자 식당을 찾아 나가려고 했는데, 숙소에서 이제는 서로 너무 친해진 카미노 친구들을 만나 저녁 자리도 함께 했다. 자연스럽게 술자리로 이어졌다. 나는 순례차 4일차 짬바로 술 때문에 고생한 경험도 있고 해서, 맥주 딱 2잔만 먹고 들어왔다. 일기 쓰고 바로 자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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