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이 나왔다. CBT라 시험본 다음날부터 4일째 되는 날 인터넷에 성적이 공지됐다는 문자가 왔다. 최고 점수를 받아야 하는 시험이 아니라 긴장은 덜했지만, 그래도 살짝 떨리는 마음으로 '성적확인'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아직 성적이 등록되지 않았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아니, 성적도 못 보는데 문자는 왜 보내?" 하는 생각이 들었고, 수시로 들락달락 거리면서 확인해봤지만, 같은 메시지만 보였다. 점점 '내가 무슨 실수를 했나?' 하는 생각에 미치자 깊은 빡침이 올라왔다. 돈도 돈이지만, 진짜로 IELTS를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다음날은 어린이날이라 깨름직한 마음으로 2박 3일을 보냈고, '영국문화원 실수가 아니라 내 실수면 어떻게 하지?' 하는 불안감에 시험 접수 원서를 확인해봤는데~! 둥둥! 여권번호를 하나 잘못 입력한 것을 발견했다. 결론은 내 실수. 급하게 접수했던 것이 떠올랐다. "에구! 재시험 봐도 할말없다."라고 스스로를 자책했고, 5월 6일 영국문화원에 전화를 해서 상황을 읍소했다. 전화가 돌아가며 3번째 연결된 영국문화원 담당자께서, 몇 가지를 확인하시고는 바로 처리를 해주셨고, 천만다행으로 문제가 아주 신속하게 해결됐다.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그동안의 IELTS 인생에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피날레가 오래 기억에 남도록 이런 아찔한 이벤트가 있었더랬다.
오버롤 6.5 이상, 이치 5.5만 넘기면 되는 시험이었다. 일단 걱정했던 리스닝은 예상보다 높은 점수가 나왔다. 사실 잘봤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아주 분명하게 집중이 많이 흐트러졌고, 흐름을 한두 번 놓쳤던 시험이었음에도, 이정도 점수가 나왔다는 것은 그래도 그동안 구력이 좀 쌓였던 것의 효과가 아닐까 싶다. 기본적인 듣기 능력도 조금 나아졌겠지만, IELTS 문제 패턴(문제 유형, 함정 피하기 등)에도 익숙했기 때문에 실수가 보완됐을 것 같다.
리딩은 항상 가장 점수가 좋아서 걱정하지 않았고, 또 '잭팟이 한 번 터지면' 아주 높은 점수가 나올 것 같은 과목이지만, 지금 와서보면 시험자체에 이런 저런 변수들을 다 고려해서 출제되는 것 같다. 한 문제에서 헤맸던 것이 점수를 까먹었던 것 같지만, 그래도 항상 비슷한 점수가 나오는 것을 보면, 시험 난이도 설계가 잘 된 시험인 것 같다.
롸이팅은 그동안 가장 열심히 준비했던 과목이고, 문제도 쉬웠지만 아쉽게도 7.0은 넘지 못했다(내심 기대했는데). 리스닝, 리딩과 마찬가지로 라이팅 역시 매 회차에 따라 들쑥날쑥하지 않게 평가되는 느낌이다. 결국 내 실력을 보여준다. 라이팅의 경우 감히 말하건데, 문제 유형에 따른 답안 쓰기 요령, 템플릿, 필수표현 등은 부족함 없이 체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효과가 6.5까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7.0부터는 그 이상의 유창함, 고급진 어휘와 문법 등 '시험 대비를 위한 공부'로는 해결할 수 없는 진짜 영어실력이 필요한 것 같다.
끝으로 스피킹. 항상 잘한 것 같은데 점수는 짠 과목. 생활영어를 막힘없이 말하고, 기출문제를 달달 외운다고 해도 한계에 도달하게 된다. 그 이상부터의 영어실력이 있어야 고득점이 가능할 것 같다. 이번에 시험 전 일주일부터 활용도 높은 단어들을 모아 단어장을 만들고, 심심하면 소리내서 읽었는데, 실제 시험장에서 그 단어장에 썼던 문장이 내 입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나도 좀 놀랐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공부해야겠다.
예고한 대로, 오늘부로 IELTS 졸업이다. 기쁘다. 특히 이번 시험은 2년 넘게 공백이 있었다. 그래서 성적이 형편없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 영어 실력, 특히 IELTS의 경우 단기간 요령만으로는 점수를 올리기 어렵고, 결국 측정되는 것은 매일 매일 조금이라도 꾸준히 해온 공부들의 총량인 것 같다. 2년 동안 BBC 매일 들었고, 회화학원도 98% 출석율로 다녔다. 이 말은 결국, IELTS 고득점을 원한다면 시간을 오래 잡고, 실제로 매일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끝내, 이치 7.0을 달성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이제 IELTS 요기까지!
IELTS each 7.0 프로젝트를 마치며 (0) | 2022.07.25 |
---|---|
네 번째 IELTS 시험 후기 (0) | 2022.05.02 |
세 번째 IELTS 결과 (1) | 2018.12.01 |
세 번째 IELTS 후기 (0) | 2018.11.19 |
두 번째 IELTS 시험 결과 (0) | 2018.09.17 |
댓글 영역